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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남의 일이 아니다...깨어 기도할 때

김정건님 | 2011.01.15 07:57 | 조회 3325
"내가 쟤네들을 어떻게 땅에다 묻어요"

돼지 1971두 살처분한 조남열 장로 “자식만큼이나 귀한 내 자식들을..”

여주=김철영/홍진우




▲전국적으로 몰아치고 있는 구제역으로 인해 사육하던 돼지 2천여 마리를 살처분하기에 이른 조남열 장로가 그가 운영하는 창대농장 입구에서 인터뷰 중에 살처분을 앞둔 돼지들에 대해 이야기 해주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뉴스파워 홍진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동이 트기도 전에 외투를 걸쳐입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돼지들이 살처분 당하는 날이다. 힘겹게 걸쳐입은 외투마저도 왜 이렇게 무거운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농장으로 향하는 동안 지난 15년간 그들과 함께 해 온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지나간다. 참으려 해도 이내 흐르는 눈물은 얼음처럼 차갑게 뺨을 적신다.

“우리 돼지들은 사람도 얼마나 잘 따르지 몰라요. 우리 돼지들은 사람 말을 다 알아 듣는 것 같았어요, 나오라고 하면 나오고 들어가라고 하면 들어갔어요, 새끼를 낳을 때면 저도 같이 밤을 지새면서 분만을 돕고 손수 씻겨주면서 그렇게 사랑으로 돌본 아이들이예요, 그런데 어떻게 내가 쟤네들을 땅에다 묻어요, 어떻게 땅에 그대로 묻어버리는 걸 지켜볼 수 있겠어요....” 이내 조남열 장로(경기도 여주 북내중앙감리교회, 창대농장)는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전국적으로 몰아치고 있는 구제역으로 인해 사육하던 돼지 1971 마리를 살처분하기에 이른 조남열 장로를 14일 오후 그가 운영하는 창대농장이 있는 경기도 여주 북내면에서 만나 살처분을 앞둔 그의 심경을 들어봤다. 구제역 때문에 농장 입구에서 선 채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후 여주군청 직원 20여명에 의해 자식처럼 키운 조남열 장로의 돼지들은 산 채로 매몰 살처분됐다. 돼지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오늘 밤도 조 장로와 가족 그리고 4명의 직원은 잠을 못 이루고 눈물로 뒤척일 것이다.

구제역으로 150만여 마리의 소와 돼지를 살처분을 한 축산 농민들도 조 장로와 같은 심경일 것이다. 한국 교회가 고통을 겪고 있는 농민들을 위로하고, 구제역 사태가 빨리 끝나기를 간절히 기도할 때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장로님 마음이 많이 아프시죠?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픕니다. 여기 살처분하러 온 사람들한테 말하기도 했어요. 우리 돼지들은 사람을 잘 따른다. 사람만 졸졸 따라다닌다. 다른 데는 돼지들이 말을 잘 안 들어서 살처분이 힘들다고 하지만, 우리 애들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거예요. 사람을 참 좋아하거든요. (한참을 머뭇거리다 울음을 터뜨리며)아들딸처럼 기르던 애들을 살처분 한다니요, 내가 쟤네(돼지)들을 어떻게 키웠는데요. 마음이 아파서 어제 한 숨도 못 잤어요.

오늘 살처분 하는 돼지는 몇 마리나 되나요?
1971마리예요. 농장의 모든 돼지가 살처분이 되는 거예요, 구제역에 걸려있는 돼지보다 걸리지 않은 돼지가 많지만 국가정책상 구제역에 걸린 농장의 모든 가축은 살처분을 시켜야 한다고 해요. 백신 맞은 돼지들은 쫌 지켜봐도 되지 않습니까. 근데 모조리 살처분을 시킵니다. 나라에서 그렇게 하라고 하니 따르는 수 밖에 없어요.

언제부터 양돈 일을 하게 되신 건가요?
양돈을 처음 접하게 된 건 대기업에서 축산 관련된 일을 하면서 부터예요. 직장에서 일하면서 많이 배웠죠. 그러다 직장생활 중에 어렵게 농장을 시작했어요. 돈도 풍족하지 않았지만 27마리를 가지고 농장을 꾸리게 됐죠.

대기업에서 일하며 배웠기 때문에 돼지를 양육하는 기술은 어느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어요. 새끼를 낳는 것을 봐도 10마리 이하로 분만하는 애들이 없었어요. 늘 성적도 좋고 뭐든 잘 먹고 잘 자랐었어요. 작년에는 월세를 얻어서 확장을 하고 위탁까지 맡겨 놨었습니다. 하나님 섬기면서 내가 받은 만큼 남들한테 베풀고 나눠줘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살았어요. 그래서 어려운 분들도 많이 도우면서 그렇게 살았죠.

지금부터 14년 전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분의 소개로 지금 이 농장을 월세로 들어오게 됐어요. 농장 주인이 자기가 죽기 전까지 월세로 농장을 계속 쓰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여유가 되면 농장을 사라고 했습니다.

지난 십 여 년간 많이 번창했어요. 27마리 가지고 시작해서 지금은 2천 마리 가까이 되니까요. 남부럽지 않게 농장을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쟤네(돼지)들 때문에 살림살이로 나아지고 아이들도 대학 보내고 잘 키울 수 있었고, 보람을 가지고 열심히 살려고 했는데... 이런 일이 닥치니 마음이 너무 아파서 구제역 판정받고 3일째 밤에 잠을 못자고 있어요.



▲ 조남열 장로는 돼지들 이야기를 하며 참으려 애썼던 눈물을 이내 감추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애써 닦아보지만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려 감출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 뉴스파워 홍진우

오늘 쟤네들을 살처분 한다는 생각만 하면...(말을 잇지 못하다가)쟤네들을 어떻게 내가 땅에다 묻습니까(서글프게 울면서). 내 자식을 땅에 묻는 것 같아서, 쟤네들이 땅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서 제가 밥을 먹겠습니까. 두발 뻗고 잠을 자겠습니까.

강원도 인제 골짜기에 살면서 하나님 앞에서 기도해서 이 농장을 얻었어요. 이 농장을 얻고 너무 기뻐서 날마다 기도하면서 돼지를 안고 다니면서 “이 대지를 내게 주소서”라고 늘 찬양하면서 다녔어요. 그런데 이런 일을 당하게 될 줄 알았겠습니까. 어떻게 이 일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돼지를 이렇게 다 잃으시고, 무엇이 먼저 가장 걱정되세요?
당장의 생계도 문제고요, 큰애가 22살이고 현재 감리교신학대학교를 다녀요. 작은 아이는 21살로 축구를 하고 있고요. 돼지가 이렇게 돼 버리니까 앞으로 그 아이들 뒷바라지 걱정이 가장 먼저 됩니다.

그리고 농장을 함께 돌보던 직원도 4명 정도 있습니다. 2명 정도면 충분한 농장 일이었지만 다 같이 나눠야겠다는 생각으로 많이 채용해서 같이 해보자고 했었습니다. 이제 일터를 잃게 된 그 사람들도 이제 막막하게 돼 버렸어요. 같이 일하던 직원도 오늘 점심을 같이 먹으려고 하는데 도저히 숟가락을 못 들더라고요. 몇 숟가락 뜨다가 둘 다 눈물이 너무 많이 나서 도저히 밥을 못 먹을 것 같아 자리를 떴습니다.

2천 마리 가까이 되는 돼지들을 키우면서 비용도 많이 드셨을 것 같아요.
돼지는 사료비가 제일 많이 들어요. 그래도 이제는 농장이 어느 정도 안정이 돼서 매달 적정 수를 판매하다 보니 돼지를 양육하고 가족들과 직원들까지 먹고 살기에는 문제가 없었죠.

2천마리 가까운 돼지를 모두 살처분해 하는가요? 정부에서 보상이 있겠지만 현재와 같은 규모로 복원하려면 몇 년이나 걸릴 것 같나요?
?다시 농장을 꾸리긴 하겠지만, (울먹이면서)지금으로서는 확답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구제역이 확산되면서 농장은 물론이고 가장 큰 문제는 종돈장이 문을 다 닫아 버렸어요.

그러니 피해복구를 위한 암퇘지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죠. 정부에서 백신을 놓은 암퇘지는 조금 지켜보는 것도 좋은데 정부 정책상 구제역 걸린 농장의 모든 돼지들을 처분해야 한다고 하니 가슴이 너무 무겁고 막막합니다. 그러니 시작하고 싶어도 몇 년이 걸릴지 몰라요. 지금 심정으로는 농장을 다시 일굴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 겸허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차분히 이야기를 하다가도 키우던 돼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다시 울음을 떠뜨리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미어졌다. © 뉴스파워 홍진우

돼지를 사육하면서 동물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저는 누구보다도 돼지를 사랑했어요, 때로는 돼지가 새끼를 낳을 때면 저도 함께 새벽 2~3시까지 분만을 돕고 씻어주곤 했어요. 우리 돼지는 정말 사람 말을 잘 알아듣는 것 같았거든요. 사랑을 주고 베푸는 대로 돼지들도 그렇게 하는 것 같았어요.

우리 자식들에게 교육을 시킬 때 저는 이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세상에 울 일이 많은데 아무 일에나 울지 말라고요. 그런데 요즘 저는 저절로 잘 때도 깨어 있을 때도 밥 먹을 때도 눈물만 나요. 쟤네(돼지)들을 보낼 생각에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 같지 않아요.

가족들도 마음이 아프고 무겁겠습니다.
구제역 터지기 전부터 한 달 동안 아내는 보지도 못했어요. 혹시라도 농장에 구제역이 들어올까봐요, 아내는 농장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 쌀이나 식료품을 농장 앞에 갖다 놓으면제가 가지고 들어오곤 했어요, 사람이 예방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으로 했죠. 그런데 구제역이 바람에 전파도 되고 한다니까 그런 방식으로 전염되는 질병을 막을 도리가 있나요.

그래도 다시 희망을 가져야죠
글쎄요, 다시 해야 된다는 생각은 하지만 다시 언제쯤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자금력이 있는 분들이라면 쉽게 일어날 수 있겠지만 저는 자금력도 없을뿐더러 다시 일어설 힘도 잃었어요. 지금도 월세로 지내는 것인데 앞으로 더 어렵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 농장 앞에 구제역 의사 환축 발생 공지와 출입금지 안내판이 붙어 있다. ©홍진우

교회에서는 장로님으로 시무하시잖아요, 천지를 다스리시고 우주만물을 운행하시는 하나님께 바라는 것이 있으신지요?
어떻게 보면 가축 전염병이지만 이 일은 ‘국가적인 재앙이고 위기’라고 봐요. 축산 자체가 흔들리는 그런 상황 가운데 있는데 이는 축산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온 국민이 하나님 앞에 뭔가 큰 잘못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이러스로 인해 전염되는 것이고 또 이러한 상황을 하나님이 결코 원하시는 일이 아닐테지만 우리가 크나큰 죄악 속에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개인적인 생각은 욥과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하며 기도하고 있어요. 욥이 재산도 가족도 모두 잃는 최악의 상황에 있었지만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하며 다시 크게 번창했던 것과 같이 저도 마찬가지로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자녀를 결코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교회에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해주세요.
우리 기독교인들이 먼저 하나가 돼서 함께 저희를 위해 기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주고 먼저 남들에게 먼저 베풀 수 있는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우리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베풀면 하나님께서 속히 회복시켜 주시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렇게 전국적으로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데 우리 모두 같이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분명히 들어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멀리서 축사 한켠이 보인다. 돼지들은 축사 뒷편에서 매몰 살처분 됐다. ©홍진우


대담 진행:김철영 목사, 녹취 및 정리: 홍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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